건축가 그룹 아키그램(Archigram)이 등장한 영국의 1960년대는 2차대전 이후 전쟁으로 파괴된 도시를 재건하고 안정된 삶을 회복하기 위하여 전통과 지역적 가치를 도시계획에 반영하고자 하는 타운스케이프 운동(Townscape Movement)이 활발히 전개되었으며, 이와 동시에 급속한 경제성장과 과학기술, 대중문화의 발전에 따라 전후 학업을 마친 젊은 건축가들을 중심으로 미래주의적, 기술낙관주의적 성격의 건축이 나타난 시기였다.
콜린 로우(Colin Rowe)가 언급한 바와 같이 타운스케이프와 아키그램의 픽처레스크로 대변되는 이러한 전후 영국 도시·건축의 양면적 현상은 그동안 서로의 가치를 공유하지 못하는 극단적인 현상으로 이해되었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2차대전 이후 나타난 이 두 픽처레스크가 상호 대립적인 개념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스팩터클한 현대도시를 이해하기 위한 시각적 노력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으며, 이러한 관점에 따라 아키그램의 건축 이미지를 도시·건축 분야에서 재구성된 픽처레스크 개념의 연장선에서 이해하고자 하였다.
1961년에 등장한 아키그램은 어떤 이론적 진영에 소속되어 활동하기보다는 그들 스스로 발간한 아키그램이라는 동명의 리틀 매거진을 통하여 1974년까지 활동하였다. 이는 당시 짧은 기간 동안 지속되었던 대부분의 젊은 건축가들의 공상과학적 건축, 리틀 매거진 작업의 일탈적 활동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었다 임진우, 아키그램 건축에 나타난 아키그램 리틀매거진의 영향과 특징, 한국실내디자인학회 논문집, p.3.
. 하지만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꾸준히 활동하면서 발전한 아키그램의 건축은 단순히 ‘공상과학’, 혹은 ‘미래적’인 건축으로 단정하기에는 복합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아키그램은 비주류적 성격을 유지하면서 주류의 건축과 영향을 주고받았으며, 모던 건축의 정신을 이어나가면서 탈공업 사회의 새로운 기술 개념을 건축에 적용하였으며, 2차대전 이후 나타난 대중문화, 팝아트의 표현과 다양한 매체의 형식을 통하여 독특한 이미지의 건축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아키그램 건축에 대한 그동안의 평가와 비판은 주로 기술적, 기능주의적 관점에서만 이를 이해하려 한 점에서 비롯되었으며, 그 결과 아키그램의 건축과 이의 표현을 ‘미래주의’나 ‘공상과학’이라는 피상적인 개념의 틀 속에 가두게 되었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기존의 제한된 시각에서 벗어나 2차대전 이후 도시·건축의 시대적 맥락과 당시 도시재건 사업을 통해 나타난 현대적 픽처레스크의 개념을 통하여 아키그램 건축의 독특한 이미지의 특징을 분석하고자 하였다.
아키그램 픽처레스크 이미지의 특징을 이해하기 위한 본 연구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2장에서는 2차대전 이후의 현대 도시 경관을 이해하기 위하여 등장한 타운스케이프 픽처레스크와 아키그램으로 대변되는 ‘공상과학’ 픽처레스크의 개념을 분석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이 두 픽처레스크를 서로 대립하는 개념으로 이해하기보다 18세기에서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연속된 픽처레스크 개념의 역사 속에서 바라보고자 하였다. 3장에서는 아키그램 건축 이미지의 관찰자인 대중을 도시 경관 형성의 주체로 인식한 ‘열린 이미지’로서의 아키그램 건축 이미지의 픽처레스크적 특징을 ‘쉬운 이미지’, ‘투사적 이미지’, 그리고 ‘도용 이미지’로 보고 이를 분석하였다.
2000년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7년 컬럼비아 대학교((Columbia University)에서 건축디자인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2년부터 홍익대학교 건축공학부에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