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건축의 외면에 대한 미학은 과거와는 달리 표현되고 논의되고 있다. 건축의 외면은 건물을 구축하는 체계를 드러내는 영역에서 벗어나, 점점 말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재료 가공의 기술과 설계기법이 다양해지면서 외면은 건축의 주요한 표현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재 표면이라는 개념 내에서 주로 논의되고 있는 건축의 외면은 과거와는 다른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으며, 이는 오늘날 고트프리트 젬퍼의 피복 이론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이다. 건축을 피복 예술로 이해하고자 했던 젬퍼는 피복론을 통해 피복이 단순히 물질적인 의미뿐 아니라 문화와 역사를 상징할 수 있는 비물질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젬퍼의 피복론은 오늘날 건축 표면 개념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지지만, 건물의 외관과 본체 간의 관계에 대한 인식에서는 피복론과 표면의 개념에는 큰 차이를 보인다. 젬퍼의 피복 개념은 건축의 내부와 외부가 동일한 내용을 상징하고 재현한다는 전제에서 내부와 외부가 동질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오늘날의 표면 논의에서 건축 외부의 표현 체계는 독자적인 영역을 가지며 내부의 논리로부터 자유로운 화장과 같은 것으로 이해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되었다. 물론, 건축의 표면 개념이 건물 내부나 주변에 대한 배타성을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형식과 내용의 관계에 대한 기존의 형태론에 의문을 제기하는 오늘날의 건축 담론 속에서, 건축의 표면은 더 이상 선행하는 논리적 추론의 최종 단계로 규정되지 않고, 건물이 지어진 이후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 나타나는 실질적인 효과를 통해 그 의미가 형성될 수 있다고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건물의 외면을 독립적인 막으로 규정하는 표면 개념만으로는 건물을 경험하는 사람의 연속적인 행위와 이를 통해 이해할 수 있는 건물 외면의 성격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본 연구에서는 건물의 외면을 건물의 경계에서 사람의 연속적인 경험을 포함할 수 있는 공간적 깊이를 가진 ‘표층’의 개념으로 보려고 한다. 공간의 개념이 부재한 표면과 비교했을 때, 표층의 개념이 가지는 이점은 건축의 경계에서 물성과 현상적 지각의 문제를 인간의 행위를 중심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행위는 신체를 통해서만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물성에 대한 신체의 현상적 작용이 행위에 선행하는 단순한 조건뿐만 아니라 행위의 한 부분으로도 볼 수 있으며, 이와 함께 연결된 건축 공간 안에서 프로그램과 관련된 행위를 표층이라는 틀 안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 연구는 이러한 행위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하여 표층에서 건물 내부와 외부의 물성 간의 관계를 더욱 깊게 이해하고자 한다. 신체를 통한 물질의 현상적 지각을 행위의 차원에서 다루어, 표층에서 신체와 연관된 행위를 통한 합리적 행위의 재구성이 표면의 개념에서 분리된 내부와 외부 물질 간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2000년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7년 컬럼비아 대학교((Columbia University)에서 건축디자인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2년부터 홍익대학교 건축공학부에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